[책마을] 세계 무역은 대포·칼날을 통해 널리 확산됐다

입력 2015-07-30 19:10  

권력과 부

로널드 핀들레이·케빈 H. 오루크 지음 / 하임수 옮김
에코리브르 / 896쪽 / 4만2000원



[ 송태형 기자 ] 세계경제사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으로 사회·경제 구조의 일대 변혁을 가져온 획기적인 사건은 19세기 초반 영국을 시작으로 북서유럽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이다. 역사 발전의 동력과 원리를 탐구하는 학자들은 ‘근대적 경제 성장으로 처음 이행한 지역이 왜 아시아나 이슬람 세계가 아니라 서유럽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해 왔다. 서유럽이 부상하는 동안 나머지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로널드 핀들레이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와 케빈 H 오루크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경제학과 교수가 함께 쓴 《권력과 부》는 헤겔, 마르크스, 베버 등으로 대표되는 서유럽 지성들의 답변을 이렇게 간단히 요약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른바 ‘동양 정체론’이다. 동양 전제 군주들은 백성에게 절대 권력을 행사했으며 대의 제도와 개인의 자주성을 향한 진보를 저해했다는 논리다.

저자들은 ‘정체된 동양’이라는 서구 중심적인 관념과 해석에 이의를 제기한다. 서유럽뿐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중대한 경제적·정치적 변화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도 기술과 인구, 사회·정치적 조직이 고착돼 있지 않았다. 중요한 혁신의 결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인구가 늘어났다. 산업혁명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에서 독자적으로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 무역과 기술 이전, 군사력 등을 통해 세계 모든 지역의 상호 작용이 오랜 역사적 과정을 겪으면서 정점에 도달한 사건이다. 산업혁명의 필수 원자재(면화)는 아메리카에서 흑인 노동력으로 생산됐고, 완제품은 전 세계 시장에 팔렸다.

저자들은 기원 후 10세기 말 무렵부터 현재까지 1000여년에 이르는 시기에 세계 무역의 구조와 유형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기존 중요한 연구 성과를 망라해 살펴본다. 세계 권역을 지리적 분리와 역사적·문화적 유대에 기초해 서유럽, 동유럽, 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중앙(내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등 7개 지역으로 나눠 고찰한다. 방대한 시공간을 다루면서도 특정 시대나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조명을 비추며 균형을 맞춘다.

저자들은 서두에서 “세계 역사와 그 결과를 이해해야만 오늘날의 경제를 비롯해 세계 전반을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런 목적에 따라 저자들은 “현재 세계화와 그로 인한 정치적·경제적 결과는 수세기 동안의 불균등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파생했고, 세계는 다양한 지역이 무역, 이민, 투자 같은 눈에 보이는 움직임뿐 아니라 오랫동안 정치적·문화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형성된 것”임을 설득력 있고 이해하기 쉽게 펼쳐 보인다.

저자들의 일관된 시각은 무역이 국가의 능력과 동기에 영향을 미쳐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정치가 무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세계 무역은 “포병대의 대포나 언월도(偃月刀)의 칼날 혹은 유목민의 잔혹성을 통해 널리 확산됐다”고 저자들은 표현한다. 책의 제목을 ‘권력과 부(power and plenty)’로 뽑은 이유다. 저자들은 이런 시각으로 21세기 국제 질서의 기원을 설명하고 오늘날의 세계화가 맞닥뜨린 정치적·경제적 도전을 조망한다.

분량은 길지 않지만 한반도와 한국의 정치경제사에 대한 서술도 깊이 있고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 찾아 읽어볼 만하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추천의 글’에서 “세계 경제가 어떤 발전의 궤적을 그리며 오늘에 이르렀는가를 웅장한 스케일에 꼼꼼한 필치를 더해 잘 서술했다”며 “독자에게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거시적 조망을 준다”고 소개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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